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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도를 아십니까? (feat. 조상님)

홍대를 오다가다 보면 정말 심심찮게 조우하는 족속들이


바로 이 도, 조상 탓하는 것들이다.


내가 호구끼가 있어서 그런지 거짓말 좀 보태서 일주일에 최소 1번 이상은 만나는 것 같다.

(이번 주 2번 만남;)


평소엔 저런 것들이 얼굴이 정말 좋으시네요 뭐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아 네 감사합니다 하고 꺼지라는 제스쳐를 취하는데



내 글을 보면 알다시피 내가 요새 상태가 너무 좆같아서

전도하게 젊은 여자 둘이었는데 상당한 미인이어서

오늘 만난 것들은 속는 셈 치고 말을 들었다.


우선 길거리에서 한 말은 우리는 종교를 전파하는 사람은 아닌데


내 관상을 보니 정말 큰 복을 타고 났다


큰 복인데 이게 복권에 당첨 된다거나 아니면 주변에 다른 사람들로 부터 뭘 얻어내는 그런게 아니고


자신만의 전문적인 어떤 힘으로 자수성가하는 타입이라고 한다.



근데 눈 밑에 음영이 있어서 지금 고민이 많아 보인다고 자신들이 해결책을 아는데


말씀 좀 들어보겠냐고 하더라.


내가 어차피 마음이 심란해서 집에 가는 길이었고


저녁까지 할 일도 없었기에 알았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게 아무리 그래도 개인의 중요한 일인데 아무데서나 말 할 수 없다고


어디 앉아서 얘기하잔다.


자기들이 뭘 얻어먹으려고 이러는 건 아니고 그냥 커피 한 잔시켜서 얘기나 하자고


10분이면 된다고 했다.




알겠다고 하고 근처의 맥도날드에 가서 이야기를 시작.



내 신상에 대한것은 묻지 않았고 주로 내 관상에 대해서만 얘기하더라



기억 나는 것들만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내가 집안을 책임져야 할 기둥이란다. 나는 온 조상들의 축복을 받고 태어났다고


조상님들이 그래서 나에게 좋은 기운을 마구 보내주고 있단다.


전화위복이라고 지금 닥친 어려움을 이기고 복을 잘 얻어낸다면


앞으로 인생 막힘없이 살 것이다.


근데 지금 어려움들이 괜히 생기는게 아니고


조상들 중에 천당? 에 가지 못한 조상들이


자신들의 억울함을 풀고 싶어서 우리 집안에 유일하게 기운이 있는 나에게


악재를 통해 호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풀어주기 위해서는 그 원한 때문에 구천을 떠돌고 있는 조상들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단다.



그러기 위해선 장을 지져야 한다고.



장이 뭐냐면 a4용지보다 조금 더 큰 한지에 한자로 원. 을 쓰고


거기에 내 이름을 적은 다음 왼손위에 올려놓고 태우는 행위라고.



그게 아무데서나 가능한것은 아니고 연신내 근처에 자신들이 공부하는 공간이 있는데


가서 바로 '오늘' 무조건 오늘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한다.



거기엔 한지 값과 제사 음식 비용만 대주면된다고


뭐 이정도?



그래서 나는 적당히 타이밍을 고르고


아 예 말씀 잘 들었구요.. 안녕히 계세요 했다.




뭐 저런 사이비들 패턴이 다 그렇지 뭐..




그렇지만 나름 가치가 있었던게 나는 늘


종교를 갖거나 이런 사이비에 돈을 가져다 바치는 사람들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나는 이 새끼들이 분명 좋은 말만 하다가


조상 핑계를 대면서 제사지내라고 할 것을 미리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겪고있는 어려움을 해결 해 준다는 말


그리고 내가 잘 될 수 있을거라는 말을 해준 것 만으로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불안과 두려움에 빠지면 종교적 위안을 찾는다.


비이성적인 것에 위로를 구걸하지 않겠다고 평소에 다짐했던 나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죽을 때 까지 무교일지








근데 여자들이 정말 예뻤는데


내가 여자친구 없다고 하니까


잘생겼는데 왜 없어요? 하고 놀라는 리액션을 하더라




어 ㅇ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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